국민연금 기금투자는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노후를 위해 모은 국민연금기금, 국민을 위해 제대로 관리되고 운영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기금의 99.9%가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 등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 투자 규모만 110.6조 원에 이르고 있는데, 국내주식 자산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직접운용하는 비중은 54.7%나 됩니다.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는 상위 10위는 삼성전자, 포스코, LG화학,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이고, 평가액 역시 전체 국내주식 투자의 절반이 넘는 62조에 이르고 있습니다(2019년 말 기준).
하지만 지난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동원됐고, 큰 손해까지 입혔습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또한 크게 훼손됐습니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횡령과 배임, 사익편취 등에는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대를 일삼는 반노동 기업에 대해서는 수익률 제고를 명분으로 정당화시켜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한 업체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많은 피해자와 사회적 공분을 샀지만,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들인 옥시(258억), SK케미칼 (545억), 애경산업(258억), 이마트(4,776억) 등 여전히 국민연금기금이 투자되고 있습니다(2019년 말 기준).
전국에서 추진 중인 민자 석탄발전소에도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면서 국민건강과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탈석탄 투자’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은 오히려 투자를 늘려가고 있고,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환경파괴 기업들에도 투자하면서 국제적인 비난까지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전범 기업들에도 투자한 금액만 2018년 기준 75개 종목 1조 2천 300억입니다. 일본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한 미쓰비시 중공업 계열사에만 5년간 5조 6천억을 투자했습니다(김광수 의원실).
심지어, 확산탄(집속탄)처럼 무차별 대량 살상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화와 풍산은 전 세계에 확산탄을 생산·수출하고 있습니다. 무차별 살포되다 보니, 피해자의 98%가 민간인이고 그 중 1/3이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호주, 덴마크 등 다른 연기금은 비인도 무기 생산기업에 대한 투자금지 정책을 마련하고, 노르웨이 연기금(GPFG)은 2006년과 2008년 각각 한화와 풍산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기금은 여전히 1,792억, 932억을 투자하고 있습니다(2019년 말 기준).
국민이 노후 준비를 위해 낸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이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 아니라, 환경과 건강마저 파괴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회적 가치와 책임은 무시한 채, 오로지 금융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기자본처럼 행세하는 나쁜 기업에 대한 나쁜 투자는 중단돼야 합니다.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합니다.
사회책임투자는 이미 세계 주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핵심 철학이자, 정책 방향입니다. UN에서도 ‘유엔 책임투자원칙’을 만들어 이를 지지하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도 원칙에 맞게 투자하는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도 2009년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했지만, 구체적인 행사지침에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책임투자’ 명목으로 일부 내용만 선택적으로 반영해 제한적으로 위탁 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은 단기적 금융이익만이 아닌, 사회와 환경, 그리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이익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공적기금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주주권 그리고 사회책임투자 규정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