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고갈, 뭐가 문제란 거죠? 국민연금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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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오마이뉴스 연속기고. 2022년 2월 15일. 기사원문보기

[노후불안 처방전, 국민연금 강화①] 국민연금제도의 사회적 연대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청년 표 얻기’ 전략이 있다. 가장 약한 마음인 ‘불안’을 건드리고, 그것을 해결해주겠노라 약속하는 척하는 것이다. 사실 어느 세대나 불안은 품고 있다. 취업, 내 집 장만, 환경, 노후 등. 그중에서도 청년 세대의 불안을 건드리는 전략이 효과가 좋은지, 여론과 정계에서는 꾸준히 불안을 조장하고 확산시킨다.

‘연기금 소진’을 문제로 삼는 전략 또한 심심찮게 등장한다. 국민연금 고갈이 엄청난 문제라 몰아가고, 언론을 통해 국민연금이 금융투자상품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든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원금 회수 방식이 아니다. 금융 투자 상품이 아닌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생각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소득 기준으로 9%의 보험료를 매달 적립한다. 국민연금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하여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 소득자가 매월 9만 원씩 40년 동안 적립하면 은퇴 후 65세부터 월 40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오늘 내가 적립한 9%의 연금적립금을 40년 후에 받는 게 아니다. 오늘 적립한 적립금을 수령하는 것은 오늘 65세 이상의 연금수령 대상자이다. 마찬가지로 40년 후에 연금대상자가 받는 연금은 그 시대에 연금을 지불하는 노동인구로부터 받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연금의 고갈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현상이다. 연금이 고갈되었다고 해서 지급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국민연금은 우리를 계층적, 세대로 묶어주는 제도다. ⓒ 픽사베이

연금은 본래 고갈되도록 설계되어있다. 외국에서는 연금제도가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되어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경우 1800년대 후반부터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 혜택을 통해 연금제도의 혜택을 본 경험으로 신뢰를 쌓았다. 연금을 적립하더라도, 몇 주, 몇 개월 분량만 보유하고 오히려 쌓아두고 보관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연금은 복지예산인데, ‘왜 쌓아두고 안 쓰냐’는 마인드인 것이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경우다.

이에 반해 한국은 1988년에 처음 전 국민 대상으로 하는 공적 연금을 설계하여 20년 이상 연금 가입을 유지하고 연금수령으로 혜택을 보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아직 성과에 대해 평가하거나 수정을 시도하기에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1998년, 2008년에 두 차례 연금개혁을 거치면서 연금수령액을 더 깎아버렸다. 본래 목적과 설계에 따라 개혁을 거치지 않고 진행했으면 오늘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성급하게 두 차례 급여를 깎으면서 불신이 가중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불신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만든다. ‘내가 낸 연금을 내가 수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뭐하러 지금 연금을 내야 하는가’.

이렇게 이해하면 어떨까? 연금 대상자가 누리는 혜택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 개인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을 둘러싼 무수한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65세 이상의 누군가가 연금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부양할 가족, 지인들 또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얼마 이상의 생활금이 연금으로 해결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부양 부담이 줄지 않는가.

국민연금은 우리를 계층적, 세대로 묶어주는 제도다. 노동인구가 연금대상자를 부양하는 연대체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새로운 이해 하에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길러야 한다.

연금제도로 묶인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만들 것인가.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 4대 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 등, 연금고갈 외에 고민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이미 널렸다. 이제 연금이 고갈된다는 이야기로 사회보장제도의 불신을 조장하기보단,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