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채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오마이뉴스 연속기고. 2022년 2월 16일. 기사원문보기
[노후불안 처방전, 국민연금 강화②] 적정 보장수준 위한 연금개혁 바란다
노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노인 자살률 1위는 여전히 불명예스럽다. 자살하는 이유는 먹고살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생활비 문제이다.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노인들은 가난해서 죽는다. 극단적인 삶의 선택을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을까?
130년 전 인류는 선택하였다. 은퇴 후 소득상실에 대비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목표로 공적연금제도를 탄생시키고 발전시켜 왔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보험료를 납부하고 기금을 운용하여 연금을 지급해 왔다. 그것도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주체가 되어 공적연금 업무를 착실하게 수행해 왔다.
복지국가들의 경험을 교훈 삼아 한국도 국민연금제도를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자꾸만 국가가 약속했던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소득대체율 하락의 역사에서 확인된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70%였는데 1998년 60%로 하락하였고, 2008년 50%로 또 한 번 하락하였으며, 2018에는 45%까지 하락한 이후, 2028년까지 매년 0.5%씩 삭감되었고, 2028년 40%까지 하락하게 된다. 40년 만에 30%p 하락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국가가 재정안정화라는 미명 하에 노인의 삶을 팽개쳐버린 것이다.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보험료를 계산하고 일반재정 투입과 같은 대안을 세워가야 하는데, 오히려 재정안정화가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표는 철저히 뭉개졌다.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먼저 논의하자
더구나 문제인 것은 소득대체율이 현실이 아니라 이름뿐이라는 것이다. 소득대체율 40%는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40년 가입 달성이 가능할까? 40년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21세부터 60세까지 단 한 달도 공백 없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주변에 이렇게 납부했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고등학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고, 군에 입대하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40년 가입 기간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을 보면, 2019년 평균소득자 227만 원 기준 국민연금 월 수령액은 48만 8천 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한 달을 살 수는 없다.
평균소득자가 이러한데, 평균소득자보다 덜 벌었던 사람은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도 한국의 수준은 처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소득대체율은 51.8%에 이르지만, 한국은 31.2%에 불과하다. 소득대체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
노인의 존엄한 삶까지는 보장하지 못해도,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는 것은 예방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당장 2028년 40%까지 하락하고 있는 제도 개혁을 멈추어야 한다. 다음으로 노후소득보장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바람은 소득대체율 50%로의 재조정을 목표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본말 전도 연금개혁 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 노후소득보장을 목표로 연금개혁 논의가 선행되기보다는 보험료율 논의가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거꾸로다. 그 저변에는 재정안정화라는 가짜 목표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진짜 목표를 짓눌러왔던 치욕의 역사가 깔려있는 것이다.
먼저 논의하자! 일생을 가족과 생산에 헌신한 우리 사회의 노인들이 얼마나 존엄하게 살아야 할 것인가! 존엄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 나아가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즉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먼저 논의하자!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이 있다면 보험료율의 인상뿐만이 아니라 일반 재정의 활용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과 3년 후인 2025년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20%를 돌파한다.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는 통계인데, 노인을 위한 지출 확대는 지극히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