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민연금 민영화의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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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31.)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연금의 구조개혁 관련하여 국민연금을 ‘부과식’에서 ‘적립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무책임한 맹탕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이어, 국민 노후 파탄과 과도한 전환비용으로 실패가 예정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일련의 주장이 국민연금 민영화의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보장성과 지속가능성의 조화있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10.27.) 윤석열 정부는가장 중요한 보험료, 소득대체율에 대한 숫자가 없는 맹탕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재정계산위 논의 주제에도 없던 황당한 연령별 보험료 차등인상, 자동안정화장치, 확정기여방식 전환 등 설익고 위험한 주장을 담아냈다. 연령별 보험료 차등인상은 급격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삭감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삭감이 덜한 4050세대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어 기계적 형평을 맞추자는 것으로, 사실상 소득대체율 인상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 부과와 징수의 복잡성이 극대화되어 사회보험제도 운영에 문제를 초래하고, 연대성을 해치며, 부담능력에 따른 부담원칙에 위배된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세대 갈등만 고조시킬 위험한 방안이다. 자동안정화장치는 기대여명 등에 따라 자동적으로 연금급여가 삭감되는 방안이다. 현 세대보다 미래세대의 급여가 대폭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평균연금액이 20만원대인 특례, 분할연금을 제외하더라도 국민연금의 평균액이 58만원에 불과하여, 53.1%가 월 40만원 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는 저연금 상황이다. 소득대체율 삭감으로 인해 1970 ~ 1980년생들이 연금을 받게되는 2050년까지 연금 실질 수준은 오히려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저연금을 더 깎는다면 노후빈곤 예방이라는 국민연금 제도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확정기여방식 전환이 바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적립식’ 전환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연금산정식에 따라 확정된 연금을 받는 확정급여방식이다. 물가, 수익률 변동 등 제도를 둘러싼 환경 변화에 따른 손실위험을 국가가 책임진다. 이를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하면 납부한 보험료에 운용수익을 더해 이를 나눠 받는 사적연금과 운영원리가 같아진다. 손실위험을 국가가 아닌 가입자 개인이 부담하게 되며, 안그래도 저연금의 국민연금은 반토막 또는 반의 반토막이 될 것이다. 운영원리를 사적연금과 같게 만드는 확정기여방식 전환은 연금 민영화의 첫 걸음이다. 이후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운영비용 절감이나 가입자 선택권 확장 등의 논리로 마치 철도처럼 국민연금공단 외의 복수 사업자가 도입될 것이고, 종국에는 소득비례연금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빠지고 기업이 장악하게 된다. 국민 노후가 자본 이윤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미 동유럽, 중남미 많은 국가가 1994년 세계은행의 다층연금제도 제안에 따라 적립식 전환이라는 민영화의 길을 갔다가 엄청난 부작용으로 다시 부과식 공적연금으로 재공영화하였다. 관리운영비 급증과 소득대체율 저하로 인한 심각한 보장성 문제로 다수 국민의 노후가 파탄에 이르렀고, 개혁 이후 미래세대의 적립과 개혁 이전 기성세대의 급여지급의 이중 부담이라는 과도한 전환비용 문제가 발생하여 보장성, 재정안정성 모두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 정책위의장의 국민연금 적립식 전환 주장이 이러한 민영화의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 우리는 국민노후를 담보로 실패가 증명된 정책을 다시 실험할 시간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국민이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할 수 있게 지원하고, 보장성을 강화하여 적정한 연금을 받도록 하며, 가입자와 국가의 재정분담과 기여기반 확충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책임있는 자세로 포괄성 · 보장성 · 재정안정성의 조화있는 연금개혁 정공법을 제시해야 한다.

2023년 11월 1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