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연금개혁의 구색만 맞추려는 ‘답정너’식 공론화위원회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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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우려 속에 국회 연금특위는 1월 31일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한다. 공론화위원회 내에 소통, 조사, 숙의 분과 및 지원단과 자문단 등을 두었으며, 1단계로 의제숙의단이 의제를 구체화하면 2단계로 시민대표단이 학습과 토의를 거쳐 결과를 도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위원장 선임부터 공론화위 구성 과정을 보면 연금개혁 논의의 구색만 갖추고 이미 정해진 결론을 도출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정치적 이해관계속에서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면피성 공론화 아닌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길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
정개특위의 정치적 교환물로서 정부와 여당의 요구에 따라 꾸려진 연금특위는 출발부터 여당 주도권 하에 추진되어 왔다. 모수개혁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려고 하자 정치적 부담 회피를 위해 구조개혁 운운하며 그간의 논의를 무로 돌렸던 것도 여당이었다.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 공약 파기의 핵심적 역할을 했던 행복연금특위 위원장 김상균 교수에 대해 야당 특위 간사가 공론화위 위원장 선임 반대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여당은 임명을 강행했다. 공론화위의 첫단추부터 일방통행이다.
공론화위의 핵심적 부분인 숙의분과에는 윤석열 정부 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된 인사가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공론화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꾸려진 복지부의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은 재정안정론자 일색이다. 정부와 여당의 생각과 코드에 맞는 공론화 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양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한 공정한 공론화 과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론화 과정의 핵심은 의제 선정이다. 공론화 자문단과 의제숙의단이 어떻게 꾸려지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일방통행 속에서 공정한 구성을 기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공론화 과정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 금융자본이 밀어붙이는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활성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것이고, 국민의 피같은 세금 25억 원을 들인 공론화는 ‘굥론화’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국민연금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연금 개혁안은 제시하지 않은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손익계산과 촉박한 일정속에서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가 시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합의에 기반할 공론화가 처음부터 일방통행으로 구성되고 있는 것은 이미 정해놓은 야합의 연금개악을 국민의 뜻이라는 공론화로 포장하여 관철하겠다는 결론을 암시하는지도 모른다.
연금행동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계속 촉구해왔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은 커녕 거대양당의 밀실 논의 속에서 국민연금의 주요 이해당사자들은 모든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와 같은 식의 공론화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공정한 구성과 절차로 열심히 일하지만 노후가 불안하기만 한 노동자, 자영업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여성, 청년, 그리고 연금 수급자 등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함께 숙의하여 국민연금의 포괄성· 보장성 강화와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2024년 1월 30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