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민연금을 해체하고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시도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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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KDI에서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도입하자는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협소한 형평성 관점에 바탕을 두고 보장성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대책이다. 향후 진행될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재정안정론을 국민에게 강요하여 국민을 각자도생의 엄혹한 노후빈곤으로 내모는 이러한 일체의 시도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KDI의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안은 급여 측면의 형평성이 배제된 협소한 세대간 형평성 개념에 기반해 있다. 부담의 형평성도 국민연금 제도에 국한된 형평성만을 논하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만 맞추어 적정한 연금수준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사적부양부담이 커지고, 아울러 광범위한 노인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기초연금 등 노인기초보장에 대한 재정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현재 OECD 노인빈곤율 1위의 노인빈곤 국가이며,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85년에도 노인빈곤율이 30%에 육박하여 여전히 OECD 노인빈곤율 1위의 국가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KDI의 제안은 보장성 강화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무책임한 제안이다. 완전적립 방식에서 소득대체율 40% 보장 여부는 불확실해지며, 오히려 급여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위기 직후 수급하여 급여 수준의 직격탄을 맞는 경우 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부담여력이 있는 사용자의 부담과, 국가의 재정부담을 국제 평균 수준으로 올리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저출생으로 부양부담이 커져 결국 한 명의 부양세대가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때, 중요한 것은 그 한 명의 노인이 적정한 연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야 추가 빈곤 대응을 위한 조세 지출도 감당가능한 수준이 된다.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연금이 준비된 노인을 미래로 보내는 것이다.
사실 4월 말까지 결론을 도출해야하는 촉박한 일정 속에 진행되는 공론화위원회가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짧은 시간 동안 재정안정론만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며 국민연금의 보장성 약화, 신뢰 훼손과 함께 국민을 결국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시도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공론화자문단에 속한 KDI 박사가 이번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일 국민연금을 사적연금 원리와 같이 약화하고,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을 각자도생으로 내모는 시도가 확인된다면 노동시민사회는 이러한 의도에 맞서 국민 노후를 지키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24년 2월 23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