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후퇴 가능성 제기 보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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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공론화위원회의 의제숙의단이 지난주 2박 3일 간의 토론을 통해 만든 소득대체율 인상안(1안, 현행 40%→50%)에 대해 연금개혁을 후퇴시킬 수 있는 안이라고 보도했다(2024.3.11., “연금개혁 후퇴 가능성, 느닷없는 소득대체율 인상안”). 그러나 이는 한마디로 허구적인 보도이다.

  1. 소득대체율 인상의 노인빈곤 완화 효과

보도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이라는 1안의 주목적은 노인빈곤 완화(기사의 ‘노인빈곤율 완화’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지표의 수치 변화는 목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인데 그 완화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즉, 생애평균소득을 100만원으로, 가입기간을 17~18년으로 가정하면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봐야 연금급여는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약간 오르고, 그것도 한참 후에나 올라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약간의 속임수가  있는데, 보도에서는 가입기간을 앞으로도 계속 17~18년일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이번 5차 재정계산에 의하면 가입기간은 점차 늘어나, 2050년에는 24.3년, 2060년에는 26.2년, 2070년에는 27.6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늘어날 가입기간 만큼 연금급여 또한 많아질 것이다. 또한 소득대체율 인상뿐만 아니라 실가입기간이 법정 소득대체율 충족을 위한 가입기간(40년)에 근접하도록 크레딧 강화와 저소득자 가입지원 등도 함께 해야한다. 이렇게 하여 가입기간이 3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연금급여는 보도에서의 가정보다 훨씬 더 커진다.

가입기간을 3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하지만, 가입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하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 시 평균소득자의 연금급여액은 2021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월 95만원이 된다. 여기에 30만원으로 가정한 기초연금을 더하면 총 연금액은 125만원으로, 노후최소생활비(2021년 기준 124.3만원)를 넘길 수 있다. 향후 가입기간을 더 늘린다면 빈곤기준선(2021년도 기준 133.7만원)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이 40%면 국민연금급여가 76만원에 불과하여 기초연금을 더해도 노후최소생활비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소득대체율 50% 인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과 가입기간 확대 조치를 함께 실현한다면, 현재의 2,30대가 연금을 받게 되는 2060년대 이후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으로도 빈곤선을 확실히 넘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급여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초연금급여를 올려야 할 압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로도 여러 연구에서 기초연금보다는 국민연금의 빈곤완화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의 미래 빈곤완화효과가 정체 내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노인빈곤은 줄어들지 않고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다.

보도에서는 기초연금의 대상자를 줄이고, 기초연금급여를 50~60만원으로 올려서 빈곤을 완화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보도의 주장대로 현재 17~18년 동안 보험료를 내서 받는 국민연금급여가 60만원 정도인 상황에서,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받는 기초연금이 50~60만원이 되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인가?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싶으면 국민연금급여가 일정수준으로 올라야 한다. 기초연금은 필요하고 중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가입해있고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향상되는 것이 빈곤완화에 훨씬 더 광범위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제도간 관계를 합리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1. 기금고갈의 공포를 극복하는 재정 확보 방안

보도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시 재정지출과 누적적자가 커질 것이고, 이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추정에 불과한 기금소진연도를 마치 확정된 기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에 따르면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 인상안은 기금소진연도를 현행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7년 연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연금개혁에서는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1/3을 삭감하여 당시 2047년이었던 기금소진연도를 2060년으로 13년 연장했다. 그런데 이번 재정계산에서는 인구고령화의 가속화 등으로 기금소진연도가 2055년으로 나왔다. 결국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연금급여를 1/3이나 삭감하는 희생을 치루면서, 기금소진연도는 8년 늦춘 셈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면서도 보험료를 13%로 올리면, 기금소진연도를 2055년에서 2062년으로 7년을 늦출 수 있는 것이다. 급여 1/3 삭감으로 기금소진을 8년 늦춘 것과, 급여인상과 보험료율 인상을 동시에 하여 기금소진을 7년 늦춘 것 중 어느 것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본질적 기능과 재정안정의 조화에 부합하는 것인가?

한편 보도에서는 소득대체율 50%는 보험료율 25%로도 모자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금급여를 가입자들의 보험료로만 충당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보험이 꼭 보험료로만 재정을 충당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건강보험만 해도 보험료 수입의 14%를 국고로 지원하게 되어 있다. 국민연금에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가? 또한 보험료 수입만 전제하는 것은 국민연금 보험료가 근로소득에만 부과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문제도 있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근로소득의 크기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줄어드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려니 보험료율이 25%로도 모자란다거나 미래에는 월급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소득이 줄어든다면서 그것에만 노후소득보장 책임을 떠넘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근로소득 이외의 보험료 부과기반을 찾아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래에는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당연히 인구 1인당 자본량이 크게 늘어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지만 이는 자산 및 소득을 많이 가진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미래에는 기술변화가 더 빨라질 것이고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지금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앞으로는 자본에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고, 자산 및 소득이 많은 노인에게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으며, 기술변화로 생산성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해 비용을 부과할 수도 있다. 부과기반 확보 방안은 다양하다.

이러한 방안 중 일차적인 방안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재원으로 조세를 사용하는 것이다. 조세를 일찍 투입하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며, 공적연금의 성격도 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적연금은 세대간 부양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에 가입자의 보험료로 재정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노인인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므로 지금까지처럼 공적연금을 세대간 부양 프레임으로만 제도화해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조세를 투입하면 자산을 많이 가진 노인이, 또는 연령과 상관 없이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노인을 부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적연금은 세대간 부양의 성격과 함께 계층간 부양의 성격을 더 강하게 갖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미 OECD의 많은 나라들이 공적연금에 조세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준비를 점차 갖추어나가야 한다.

2024년 3월 12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