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에서 발표된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 자료에 의하면 복지부는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여러 사항들을 모두 무시하고 일부 재정안정론자들이 주장하는 사항만 반영한 지극히 편파적인 재정추계 결과를 내놓았다. 연금행동은 공적연금 주무부처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복지부의 이러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은 소득보장론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56.0%의 비율로 지지했으며 재정방안과 관련해서도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한 사전적 국고투입을 80.5%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했다. 또한 숙의토론회 과정에서 기금수익률을 현재의 실적치만 적절히 반영하기만 해도 기금소진시점이 2070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재정계산에서는 기금수익률이 통상 4.5%로 가정되지만 실제 1988~2023년 평균 기금수익률은 5.92%이며 2001~2021년 평균 기금수익률은 6.46%에 달한다. 복지부의 이번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적연금에는 적용할 수 없는 지표인 누적적자 그래프를 공적연금 주무부처가 버젓이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자료를 그냥 보수언론의 기사를 보고 써서 공식자료인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면 복지부말고 차라리 보수언론에 재정추계를 맡겨야 할 지경이다. 복지부는 작년 5차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정부의 공식입장은 미적립부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는데 미적립부채와 근본적으로 유사한 누적적자를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에 포함시킨 것은 스스로 정부공식입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한, 누적적자는 그 개념이 학계에서 합의된 바도 없고 측정방법도 확립되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의 누적적자는 할인률 정보도 없이 경상가격을 그대로 더한 것으로 조야하기 짝이 없어 보는 이의 낯을 뜨겁게 할 정도이다.
숙의토론화가 진행된 나흘 동안 재정안정론측의 전문가들은 계속 누적적자를 주장했다. 하지만 누적적자를 포함한 그들의 주장은 소득보장론보다 낮은 지지를 얻었다. 이는 누적적자 개념이 시민들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숙의토론회 과정에서는 누적적자만이 아니라 기금수익률의 현실적 반영과 경제성장률의 상향, 사전적 국고투입 등 다양한 사안들이 숙의되었다. 이렇게 숙의된 다양한 사안들 중 유독 일부 재정안정론자들이 주장하는 독선적이고 공적연금과는 거리가 먼 누적적자를 반영한 재정추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복지부는 연금개혁 공론화의 결과를 반영하여 그동안 미루어진 연금개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행정부의 한 부처이다. 국민들의 뜻이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의 개혁인 것이 확인된 지금 복지부가 학계에서 합의된 바도 없는 누적적자 운운하면서 기금소진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공적연금 주무부처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로 규탄받아 마땅하며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편파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공론화를 통해 확인된 국민의 뜻에 충실한 연금개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4월 30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