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연금개혁, 속도만큼 방향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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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 이후 두 달이 지났으나 국회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 연금특위에서, 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협의하자는 입장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기자들에게 서한문을 보내고, 연금개혁을 위해서라면 ‘삐끼삐끼춤’이라도 추겠다고 하고, 전국을 돌며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설명하는 영업사원 노릇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금개혁을 미룰 때마다 막대한 빚을 진다고 하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도 이에 동조하여 하루라도 빨리 연금개혁을 하자며 야당의 결단을 재촉하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연금개혁을 재촉하며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개혁의 방향성은 잃은 모양이다. 게다가 정작 속도를 늦춘 장본인도 그들이었던 것을 망각한 모양이다. 지난 21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여야간 합의 결렬을 선언했고,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합의를 끌어내겠다는 등 핑계를 댔던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생업을 뒤로하고 모인 시민들이 함께 숙의한 끝에 결정한 공론화 결과는 안중에도 없었다. 거대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노동시민사회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득대체율 44%안을 받겠다고 했으나, 끝내 개혁은 무산되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노동시민사회와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연금개혁안 제출을 촉구했다. 도대체 어떤 개혁안을 갖고 있길래 정부가 연금개혁을 무산시켰는지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제출한 연금개혁안은 구조개혁안이 없던 것은 둘째치고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했던 사적연금 세제 혜택 확대와 생애총연금을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 세대 간 분열을 조장하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인상 등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것도 모자라, 세계 연금사에 코미디로 남을 기괴한 방안들이었다. 그러고는 정부안이 확정안이 아닌 만큼 국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해달라며 또다시 책임을 떠넘겼다. 엔진과 핸들이 고장난 자동차, 목적지로 제대로 못 가는 자동차를 떠넘기며 수리하면 잘 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격이다.

국회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로 연금개혁을 떠밀리듯 완수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것 자체는 모두가 합의한 듯 여기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과 민주당 김남희 의원도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였다. 그렇다면 관련 개정안 등 시민의 뜻을 존중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연금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연금행동은 국회 연금개혁 논의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잡고 진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24년 11월 13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