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만천하에 드러난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 영구 비공개 결정 사태1에 이어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복지부 산하 자문기구가 편파적 구성과 운영은 물론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등 연금개혁 논의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연금행동은 보고서 은폐 시도에 이어 자문기구를 구실로 연금개혁 논의에 편파적이고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연금개혁 농간을 시도한 복지부가 관련 의혹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
복지부는 2023년 12월 18일 보도자료에서 2024년 1월부터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5차 재정추계위,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등에 참여 경험 있는 거시경제·제도·재정 전문가로 구성하며 종합운영계획에 포함된 사회적 논의과제들을 검토하고 자문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복지부는 자문단을 통해 공론화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등 국회 연금개혁 논의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함께 밝혔다. 그러나 정작 자문단 구성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악을 옹호하고 재정문제에만 치우쳐 연금개혁 논의를 왜곡하기 위한 ‘어용단체’가 아닌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자문단은 민간자문위원 6명과 복지부와 기재부의 정부위원 2명으로 구성되었는데 복지부 위원은 현재 복지부 1차관, 민간자문위원 6명 중 네 명은 공론화위원회 당시 재정안정론 입장으로 활동했고, 1명은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정문제를 내세워 국민연금을 신·구 연금으로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즉 민간위원 6명 중 5명은 연금개혁에 대해 이미 재정중심론적 시각을 굳게 가진 위원들인 것이다. 또한 작년 진행된 7차례 회의 중 4월 24일 열린 제3차 회의에서 공론화 결과 및 개혁 방향에 관해 논의하면서, 시민대표단의 다수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에 대해 재정 악화로 미래세대 부담만 가중시킬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이들 자문위원이 포진했던 소수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2%)에 대해서는 재정 안정에 기여하고 미래세대 부담도 감소시킬 것으로 평가했다. 즉 공론의 장에서 다수안으로 관철시키지 못했던 그들의 주장을 재차 주장하며, 공론의 장에서 결정된 결과를 무시했다. 정부 산하 자문단이라면 모름지기 형식과 내용에 있어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며, 어떤 전문가나 관료도 시민의 결정을 무시하고 배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문단은 형식에서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편파적인 입장에 매몰되어 공적연금 강화를 통한 노인 빈곤 예방을 선택했던 시민의 뜻을 폄하하면서 개혁을 방해하고, 자문단 본래 목적과 기능에서 벗어나 월권행사를 하며 가히 ‘연금개혁 농단’을 꾀하려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 시민대표단 500명을 뽑아 실시한 연금개혁 공론화에 복지부가 편파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즉, 복지부가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회의자료 중 4월 24일 회의자료의 3-4쪽에 실린 그래프는 공론화 때 문제가 되었던 그래프이다. 연금개혁 공론화 당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500명에게 연금제도 학습을 위한 숙의자료집을 만들어 발송했는데, 숙의자료집은 목차의 구성과 목차별 분량, 내용까지 포함해 전체 내용을 김연명·김용하 공동자문위원장을 비롯한 자문위원의 검토 및 협의 하에 작성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데 최종 숙의자료라 하여 인쇄 후 시민대표단에게 발송된 숙의자료집 중 심화학습자료집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사전협의되지 않은 내용 중에는 모수개혁 각 대안에 따른 세대별 보험료율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도 있었는데, 이 그래프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자문단 회의자료의 그래프와 동일한 것이다. 4월 24일은 연금개혁 공론화가 종료된 직후이지만, 그래프가 시민대표단에게 발송된 숙의자료집에 이미 포함되었다는 것은 복지부가 연금개혁 공론화 이전부터 이미 그 그래프 등 특정 입장을 반영한 자료들을 만들어놓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복지부가 실제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그래프 등 자료들을 학습자료집에 몰래 넣은 것은 공론화 과정에 복지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복지부는 남인순 의원실의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 회의자료 제출 요청에 연금개혁 공론화 이전의 회의자료는 쏙 빼서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복지부가 자문단의 운영과 관련해서 무언가를 감추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결국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 은폐 시도와 미래개혁 자문단의 편파적 구성·밀실 운영 및 공론화 자료집 외압 의혹 등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연금개혁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개혁 방향을 왜곡하려 한 ‘연금개혁 농단’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회가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참여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연금개혁 논의에 한창인 가운데,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과 객관적인 자료 제공으로 논의를 뒷받침해야 할 복지부는 오히려 재정안정론자의 입장에 적극 가담하며 탄핵 국면에서 집권이 유력했던 민주당의 연금개혁 입장에 가까운 보고서를 영구 비공개 처리하며 은폐를 시도하고, 공론화 과정에 편파적이고 부당하게 개입하며 본연의 책무를 잊고 중립성과 공정성, 민주성 모두를 훼손하려 했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윤석열의 보건복지부가 자행한 연금개혁 논의 편파·부당 개입 의혹을 투명하게 해명하고, 의혹 관련 책임자 문책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서라. 국민연금 미래개혁 자문단의 구성 배경과 회의내용 일체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연금행동은 지난날의 왜곡되고 편향된 연금개혁 논의를 바로잡고 모두의 공적연금, 모두의 연금개혁을 위해 행동할 것이다.
2025년 9월 16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노인빈곤율이 2025년 37.5%에서 2050년 42.3%로 악화될 것을 전망한 보고서로 [더팩트]의 ‘[단독] 국민연금공단, 연금개혁 와중 “노후 보장 강화” 보고서 영구 비공개’ 보도 및 진보당 전종덕 국회의원의 문제제기 등이 이어지자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공개 전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