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민연금운동을 시작하며.
노후의 존엄과 권리, 소득보장을 위해
공적연금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연대와 실천으로 국민의 노후를 지키겠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제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퇴직 후에도 2~30년 이상의 노후 시기를 보내야 한다. 과연 우리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현실은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이다.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2명 중 1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49.3%). OECD국가평균(12.4%)보다 4배가 넘는 독보적인 1위다. 고령자의 소득수준과 소득불평등도 최하위다. 가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르신들의 비율도 가장 높다. 그리고 삶의 막바지까지 저임금과 불안한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노후 문제는 현세대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더 큰 사회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저임금·비정규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여성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고 있다. 실직과 휴업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도 560만 명이 넘는다. 현재의 빈곤이 그대로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 급여는 매년 자동 삭감돼 2028년엔 40년 가입 기준 40%까지 낮아지게 된다. 실제 가입기간을 감안하면 2040년이 돼도 실질급여액은 21.8%에 불과하다. 평균소득이 350만원인 사람이 20년 동안 성실히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2015년 기준 약 61만 7천원)에도 못 미치는 약 58만 4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 기초연금이 도입됐지만, 대선공약과 달랐다. 오히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성실가입자를 차별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급여의 ‘적절성’과 ‘보편성’이 훼손되는 형태로 도입됐다.
그나마 믿고 기댈 건 공적연금밖에 없지만, 정치권은 공적연금에 대한 개악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후의 빈곤예방이나 소득안정보다 재정안정에만 초점을 맞춘 이러한 개악은 공적연금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국민의 불안한 노후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도 마찬가지다. ‘재정고갈, 세금폭탄’ 등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선동으로 비용절감을 통한 국가책임 축소에만 초점이 맞춰있다. 낮아진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단순 형평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특히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 뿐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연금을 포함해 노후 소득보장제도 전반을 다루는 것을 전제로 구성됐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간 사회적 논의와 합의이다. 그러나 한국의 연금정치에서는 단 한 차례 이런 기본적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2007년 국민연금 개악과 2014년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구성과 기초연금 공약파기 모두 기만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공무원연금 역시 이러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연금정책은 개별적, 제도적 수준을 넘어 전략적 차원에서 ‘공적연금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했고(약 107조원), 개인연금 역시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약 264조원). GDP의 30%에 이르는 국민연금기금 또한 사적연금과 별다를 것 없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오로지 ‘수익률 지상주의’에 빠져 금융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금제도가 국민의 노후와 빈곤예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시장을 위한 ‘판돈’ 역할만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활성화라는 낡은 정책기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노후 빈곤과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부양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 노후 문제를 개인이나 시장에게 맡겨둘지, 아니면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지에 대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노후의 존엄과 안정적인 소득보장은 국제노동기준과 인권조약에 기반한 기본적 권리이다. 모든 국민이 적절한 수준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12년 “가입자와 함께하는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기치로 발족한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의 성과와 과제를 이어,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으로 확대 재편한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노동·농민·빈민·여성·청년·노인·장애·학생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는 공적연금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써, 이제 국민의 노후를 지키기 위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연대와 실천을 함께 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2015. 3. 11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발족식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