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의당의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없고 재정안정에 치우친 연금개혁 방안 매우 우려 돼

678

지난 2월 7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연금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출산크레딧 및 군복무크레딧 확대, 도시지역가입자 농어업인에 준한 보험료 지원,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 노후 계층 지위에 따른 다층연금체계 구축 등이다. 크레딧 확대, 보험료 지원으로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여 국민연금 무연금, 저연금을 예방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수지균형의 관점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보다 보험료율을 인상을 먼저 언급하고, 재정안정에 치우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 제도 신뢰를 약화하고, 세대갈등 프레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심후보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급격한 보험료의 인상을 주장하지만, 급격한 보험료의 인상은 오히려 저소득 지역가입자, 특수고용 · 플랫폼 노동자, 저임금 · 비정규 노동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국민연금 가입기간 유지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가계가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설정 없이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을 먼저 논의하게 되면 이는 국민연금 역할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기초연금의 인상은 저소득 노인을 위하여는 필요한 일이나, 경제활동인구가 노인세대를 부양한다는 점에서 미래 시기 경제활동인구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이 1990년 이후 기초연금을 축소해 왔던 사례가 우리에게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심후보가 주장한 노후계층 지위에 따라 상이한 다층연금체계는 자칫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의 유명무실화, 잔여화 및 비대한 사적연금 중심 각자도생 국가로의 전락이라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퇴직연금이 노동시장 고용구조에 더욱 종속적이기에 그렇게 된다면 계층간 노후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은 기금 규모의 유지가 아니라 노후소득 보장에 있다. 재정지속성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목적 하에 고려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경제변수가 변화한다는 한계 위에서 이루어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작은 추정 오류도 장기추계에서 큰 오차를 가져오는 추계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경향성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재정안정화를 위한 조치는 제도에 대한 신뢰 형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한계가 명확한 재정계산에 매몰된 재정안정화론은 불신을 초래하고 국민연금 개혁의 동력을 약화할 뿐이다. 세대간 갈등이 아닌 세대간 연대의 가치 실현을 위해 자극적인 ‘세대게임’에서 벗어나 사회 제도적 신뢰기반을 먼저 형성해야 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강화는 평균적인 가입자가 노인이 되었을 때 적정 노후소득을 확보하여 적어도 공공부조에 편입되지 않는 최저생활수준 이상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했을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2%로 최저 수준이다(OECD 2022). 크레딧 확대와 보험료 지원을 통해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나 적정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 명목 소득대체율의 하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국민연금 수지균형의 관점에서는 국민연금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차 제도발전위원회의 2가지 방안 중 “더 내고, 덜 받고, 늦게받는 안” 이 제출된 배경이기도 하다.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이 40%까지 낮아지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미래세대 노후보장을 위해서도 적정 소득대체율은 더욱 중요하다.

국민연금 내에서만 세대간 수지균형을 따지기 보다는 전체 복지제도 내에서 아동 청소년기의 복지 확대, 근로연령기의 부담 확대 및 은퇴연령기의 수혜 확대라는 생애주기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 세대 간의 공정한 수준의 부담 – 급여 체계의 연금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정의당 심후보의 연금개혁 공약은 이러한 관점 속에서 소득대체율 상향 등 국민연금의 보장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먼저 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보험료율의 점진적 조정을 추진하는 방향이 되어야 더욱 바람직한 개혁 방안이 될 것이다. 정의당이 제도 내 수지균형과 세대 갈등 프레임의 재정안정화론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소득재분배 관점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추구하는 복지국가 건설의 중심 정당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2022년 2월 8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