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회 논의, 시민 숙의 묵살하고, 국민연금 훼손하는 윤정부 연금개악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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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을 통해 정부 연금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이루어진 국회 논의, 시민 숙의를 모조리 묵살했다. 오히려 국민연금 보장성을 시간을 두고 훼손하는 자동 안정장치, 불필요한 세대갈등을 조장하며 아무런 제도적 실효성이 없는 세대간 차등보험료 인상, 퇴직연금 역할 확대와 개인연금 세제혜택 확대 등 국민연금을 허물어 사적연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연금 민영화 개악이다. 정부는 연금개악을 철회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 국가 재정책임 강화의 연금개혁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 동안 연금개혁 논의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 다양한 연금개혁의 방안이 논의되었다. 연금전문가들이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에 모여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시민 공론화를 통해 시민 숙의 과정까지 거쳤다. 그동안의 국회 논의와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제대로 된 국민연금을 만들어달라는 열망이었다. 시민들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을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찬성했으며,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전적 국고투입도 80%가 넘는 대다수가 찬성하였다. 노후빈곤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국민연금을 만들어 달라, 적정한 부담을 감당하겠으니 국가도 다른나라처럼 시민의 노후를 위한 재정책임을 다해달라는 요구였다. 

제대로 된 국민연금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의 요구에 오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훼손과 사적연금 강화로 답했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지급보장 명문화와 출산, 군복무 크레딧 확대는 당연히, 이미 입법화되었어야하는 해묵은 과제로 자동 안정장치라는 자동 연금삭감 장치 도입의 거래물이 될 수 없다. 

자동 안정장치는 인구, 재정적 지표에 따라 연금을 자동삭감하는 제도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적정부담-적정급여를 달성하여 노인빈곤이 충실히 예방되고, 공적연금에 대한 충분한 국가 재정책임이 이행되며, 노인빈곤보다 노동세대 빈곤이 염려되는 연금선진국에서나 최종적으로 도입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적 맥락이 삭제된채 국가 재정책임 강화라는 방향없이 평균 55만원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더 깎겠다는 자동 안정장치는 대다수 시민의 노후를 저연금에 고착시켜 다시 노인빈곤대응을 위한 기초연금, 생계급여의 지출을 늘리고 의도한 미래세대 부담완화 및 재정안정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대간 공정성 운운하며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를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 받는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버는 만큼 내는 제도이다.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는 다른 국가에서도 그렇고 최초 가입세대의 부담-급여와 이후 가입세대의 부담-급여가 다를 수 있는 제도다. 최초 가입세대는 국민연금이 없는 부모세대에 대한 사적 부양부담을 다 감당해야 하며, 연금 외에도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제도 발달에 따른 사적 부양부담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적부양을 공적부양부담으로 전환하는 전체 차원에서 봐야할 문제를 국민연금 제도 내의 협소한 시각으로 제한하여 손익을 따지고 형평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협소한 시각은 불필요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자동 안정장치로 발생할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급여 삭감 등 청년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제도 개악이다. 진정 청년세대의 부담과 불안을 해소하기 원한다면 국고를 투입하여 보험료 부담을 보조하고 경감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기능에 조세를 투입하라는 것은 OECD의 권고이기도 했다. 

자동 안정장치로 국민연금 급여를 삭감하고, 국고지원을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보장성 강화가 아닌 개인연금 세제해택 확대에 쓰겠다는 것은 결국 국민연금을 허물어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연금 민영화 개악이다. 실질가치를 보장하지 못하며 낮은 수익률, 높은 수수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재분배 산식으로 계산되는 국민연금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결코 형평성과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혁이 아니다. 자동 안정장치로 국민연금의 실질가치 보장 능력을 훼손하고, 다른 나라가 다 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재정책임을 회피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여 국민연금을 허물고 사적연금으로 채우는 것이 연금개혁의 방향이 되어서는 안된다.     

서민과 중산층의 노후를 두텁게 하려면 지금 매년 0.5%씩 삭감되는 국민연금 급여 삭감부터 중단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 자기기여에 기반한 국민연금으로 충실한 노후소득을 확보하고 추가적인 노후소득보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이다. 저출생 고령화로 은퇴세대와 노동세대의 비중이 비슷해지는 미래에 충실한 국민연금 가입으로 빈곤하지 않은 노인이 되는 것은 권리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의무가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훼손하여 발생하는 광범위한 저연금과 노인빈곤의 문제를 비기여 급여로 다 채울 수 없으며, 65세 이상 중 0.2%만이 받는 퇴직연금으로 메울 수도 없다. 퇴직연금은 퇴직급여와 다르며 후불임금의 특성상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사이의 가교연금 역할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된 국민연금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의 요구에 노후 파탄에 이를 자동 안정장치, 분열을 조장하는 세대간 차등보험료 인상, 사적연금 강화 등 삭감과 차별, 민영화로 답하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 방향은 철회되어야 한다. 그 동안의 국회 논의, 시민 숙의를 존중하지 않고 모조리 묵살한 채,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겠다는 청개구리 연금개악은 국민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연금개혁은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 소득보장성 강화, 국가 재정책임 강화라는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4년 8월 29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