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의 노후 및 연금에 대한 인식 조사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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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의 노후 및 연금에 대한 인식 조사연구

연구자: 주수정, 신성희, 이재훈, 구창우, 정새롬, 한겨레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회공공연구원 발행
※ 본 연구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의 연구지원을 통해 수행되었음.

<요약문>

본 연구는 한국의 청년들이 노후와 연금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위해 양적 조사와 질적 조사를 통해서 청년과 국민연금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확인하였다. 먼저 양적조사를 통해 청년 들의 국민연금 가입실태를 비롯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와 이해와 같은 다양한 의식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양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청년들의 인식을 들어보기 위해 질적 조사를 통해 국민연금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았다. 각기 다른 방법론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안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많은 청년들이 정규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계약직 형태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곧 국민연금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는 실제 국민연금 가입이 보장되지 않았다. 양적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년들은 평균 5회 정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해오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횟수는 1회에도 채 미치지 못하였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만난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피면담자)들도 아르바이트 중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험이 매우 드물었다. 연구 참여자 중에는 30번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오는 동안 세 번 정도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5~10회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으며, 그러는 동안에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경우는 아예 없거나 세 번 정도 있었다고 하였다.

둘째, 청년들은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양적조사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냐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13%만이 ‘잘 알고 있다’(2.07%) 혹은 ‘매우 잘 알고 있다’(10.84%)라고 응답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청년들이 제도의 내용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중 국민연금 가입 경험을 묻는 질문에 많은 연구 참여자들이 “잘 모르겠다.”거나 “확실하게는 모르겠다.”고 대답하였으며, “월급 받는 데 떼어” 져 나간 보험료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가입을 어림짐작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데에서 겪는 어려움과 관련되어 있다. 일례로 양적조사에서는 청년들이 주로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를 언론(36.49%)과 지인(18.93%)을 통해 얻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민연금공단 안내와 학교교육을 통해 정보를 접한 경우는 7.92%와 3.77%에 불과하였다. 실제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만난 연구 참여자 중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의 안내나 학교 교육을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획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지인과 언론 등을 통해서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하였다고 하였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얻는 정보들은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나 주관적인 평가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셋째, 청년들은 국민연금 제도의 필요성과 함께 국민연금 제도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였다. 비록 양적조사에서 국민연금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0.2%를 차지하였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민연금 제도의 필요성과 국민연금 보장성 확대에 대한 찬성 의견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후에 적절한 노후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필요하다.’와 ‘국민연금의 노후보장수준은 앞으로 크게 늘어나야 한다.’는 문항에 대한 5점 척도가 3.98점과 4.11점으로 나왔다. 한편 심층 인터뷰에서는 청년들이 국민연금과 관련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사항으로 △제도운영의 투명성 확보, △급여수준 인상, △저출산 문제 해결, △수익 대 지출 측면에서의 제도의 지속성 확보, △필요 시 부담 비율 인상, △제도 개혁 논의에의 청년 참여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밖에 양적 조사와 질적 조사에서 각각 확인된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양적조사는 국민연금 가입 실태와 국민연금에 대한 견해 외에도 부모와 노인에 대한 부양 실태와 부양 의식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조사대상 청년의 53%가 부모 노후를 책임지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47%는 공적연금이 청년의 부양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부모가 공적연금으로 50만원을 받는다면 평균 42.64만원의 용돈을 드릴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으며, 공적연금으로 100만원을 받게 된다면 28.18만원을, 150만원을 받게 된다면 19.94만원을 드릴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다. 또한 청년의 84.4%가 ‘정부는 모든 노인에게 적정한 생활수준을 제공할 책임을 지닌다.’는 데에 동의하였고, 62%가 ‘젊은 세대는 소득의 일부를 노인 세대 부양을 위해 사용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질적 조사에서는 청년이 ‘근시안적’인 존재라는 편견을 규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고, 이를 통해 청년이 국민연금 제도 및 그와 관련된 논의에서 주변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근시안에 대한 오해를 검토하는 과정은 총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첫 번째로는 청년들이 노후에 대해 갖는 생각과 감정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해 보았다. 이를 통해 청년이 노후에 대해 갖는 감정과 생각은 단순히 ‘근시안적’인 것은 아니며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두 번째로 청년들이 근시안으로 인해 국민연금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어떠한 태도와 입장을 보이는가를 살펴보고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정말로 ‘근시안’에서 기인하는지를 확인하였다. 확인 결과 청년들 중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국민연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경우에도 그에 대한 원인은 다양했다. 청년들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나중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다른 투자 도구에 비해 “메리트”가 없어서, 또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보다는 “직장에 취직”하고 나면 가입하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었다.

세 번째로는 노후준비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노후준비 실행정도를 기준으로 ‘근시안’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고, 연구 참여자를 대상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여 청년들이 보인 근시안적인 특성을 다시 살펴보았다. 노후준비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준비상황에 따라 연구 참여자들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 유형은 ‘적극적 노후준비형’으로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실제로 노후를 위한 재무적인 준비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이에 속하였다. 두 번째 유형에는 노후준비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인해 구체적이고 재무적인 준비를 하지는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속하였다. 이에는 ‘소극적 노후준비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지막은 ‘명목적 근시안’ 유형으로 겉으로는 노후준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식과 부동산등의 재태크 수단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세우고 있는 사람이 이에 속하였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새롭게 정의내린 ‘근시안’의 개념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 중에서 노후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노후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근시안적’인 사람은 없었다.

이어서 질적 연구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청년들을 ‘근시안적’이라고 일반화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에게 근시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망하였다. 그리고 청년들이 나름의 노후준비 계획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국민연금을 노후준비 수단으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도출된 결론에는 다음의 것들이 있었다. 첫째, 청년들이 “하루살이”와도 같은 삶을 살게 하는 현실적인 제약은 청년들이 당장 노후준비에 돌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이에는 주거 문제와 생활고, 육아 및 양육에 따르는 부담 등이 있었다. 둘째,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는 또 살아가야할 시대상은 국민연금 제도가 설계 되었던 때와 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청년들 중에는 비혼을 지향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결혼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에 결혼 생각을 접었다고 밝힌 사람들도 있었다. 일과 관련된 측면에 있어서는 청년들이 그리는 노동생애에서 등장하는 일의 모습은 복잡다기하였다. 청년들은 평생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전제로 근로 생애를 구성하기 보다는, 여러 번의 이직과 경력 단절과 불안정한 일자리 간의 이동이 예상된다고 이야기하였다. 셋째, 청년들이 노후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떠올리지 않는 데에는 사용자의 횡포, 국민연금에 대한 정보 부족, 제한적인 정보 획득 경로와 낮은 제도 체감도, 정치와 사회에 대한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