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안에 대한 연금행동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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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뢰제고와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자.

– 정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대한 연금행동의 입장

 

오늘(14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하 정부안)을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있었고, 기존 복지부 방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까지 있은 이후라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구성된 국민연금개혁특위(이하 연금특위)가 가동 중이라, 정부안의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었다.

먼저 정부안은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뿐 아니라,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일부 방안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느냐의 여부인데, 이를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충실히 담겼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 또는 50%로 인상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지만, 현행 40%까지 낮아지는 방안까지 그대로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기초연금 인상과 국민연금 인상을 마치 상충적 선택의 문제인양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4가지 나열식 방안을 제시하면서 혼란과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무능했던 복지부의 최종선택이 결국 무책임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이번 정부안에 대한 연금행동의 평가와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기존 1~3차 종합계획안이 기금소진시기에만 집착해 재정안정만을 강조하며 국민연금 축소에만 매몰됐던 것과 달리, 이번 정부안은 노후소득보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재정 불균형’ 운운하고 있지만 보험수리적인 시각일 뿐이며, 5년 마다 재정점검을 하고 있는데 매번 70년간의 해법을 한꺼번에 제시하라는 현실적이지도 않은 주장이다.
국민연금이 노후를 든든히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제도적 신뢰가 형성돼야 재정적 지속성도 담보될 수 있다. 오히려 재정안정화 주창자들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제도신뢰를 위협하면서 장기적 가능성마저 차단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안에서 제도발전위원회의 (나)안과 같이,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식의 방안이 제외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국민연금 소득보장 강화를 실현하기 위한 분명한 정부의 의지와 책임성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안이 4가지 복수안을 제시했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소득보장강화를 위한 정책방향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국민연금을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2가지 방안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즉 대선당시 약속한 ‘소득대체율 인상’을 지키지 않겠다는 후퇴 입장까지 포함된 것이다.
소득대체율 인상의 정책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되, 구체적인 상향수준이나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수준과 시기, 방식 등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다. 연금개혁이 국회에서의 법 개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입장은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의를 제안할 때는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복수안으로 열어놓으며 사회적 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책임 회피일 뿐이다. 국민연금 급여를 삭감할 때는 일방적으로 강하게 추진해왔는데, 국민연금 급여 인상은 이렇게 미온적이고 우유부단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를 실현할 정책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셋째, 기초연금 인상과 국민연금 인상을 상충적인 관계로 설정해 제시하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은 현재의 높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것 뿐 아니라,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소득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 등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정책과제다. 그만큼 개선해야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고려나 중장기적 방향 없이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과 국민연금 급여상향을 상충적인 선택의 문제로만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40만원까지 급여를 인상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문제나 물가연동 인상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향후 실질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특히 기여 이력에 따라 수급권이 확보되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기초연금은 언제든 다양한 방식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방안이다. 기존에도 고작 20만원으로 인상할 때도 대상범위 축소 등 다양한 방식의 개악이 논의돼 왔는데, 향후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정치적 공세와 재정적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최고소득자(468만원)라 하더라도 매월 42.1만원의 보험료를 10년 동안 내도 국민연금 급여는 월 37만원에 불과하며, 300만원 소득자가 15년 동안 월 26.1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2018년 신규가입자 기준). 국민연금의 급여적절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제도신뢰도 낮은 상황에서 누가 보험료를 더 내려하겠는가.
결국 기초연금 40만원은 진정으로 기초연금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기초연금인상이냐, 국민연금 인상이냐 라는 갈등적 프레임을 통해 국민연금 급여인상을 막기 위한 용도라는 혐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는 심각한 노후빈곤 해소와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후 준비라는 이중적인 사회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

넷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일부 긍정적인 방안이 포함됐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연금행동 역시 계속해서 제기해 온 과제이며, 환영할만한 일이다. 출산 크레딧을 첫째 아이부터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 역시 긍정적이나, 지원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 4차 제도발전위원회나 기존 국회에서도 지원기간을 12개월로 제시해왔으나, 이보다 축소된 것이다. 특히 국고부담 비중 확대(현행 국고30%, 기금 70%)나 정책체감도와 재정신뢰 확보 등을 위해 사전적립 방식으로의 전환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두루누리 보험료 지원사업의 지원기준(보수 및 사업장)이나 차등 문제, 지원기간 상한(3년), 건강보험 미포함 등 많은 한계들 또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더욱 확대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사업장 가입 전환 문제 역시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유족연금 중복지급률은 30%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겨있지만 제도발전위원회의 제시(60%)보다 낮은 수준이며, 장애연금에 대한 의제가입기간 확대 또는 지급률을 인상하는 방안은 이번에도 빠졌다.
사각지대 해소 과제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꾸준히 제기된 해묵은 과제이고, 정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정책방향에 비춰본다면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을 목표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복지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연금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57%(퇴직연금 16.2%),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한다는 응답이 53.9%(현행유지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의지는 불분명하고, 노동계가 요구해 어렵게 만들어진 연금특위에서는 다수의 위원들이 이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 추천 위원들이 소극적이다 못해 이를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공은 연금특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여부로 넘어온 셈이다. 연금행동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강화를 통해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사각지대 해소, 지급보장 명문화, 기초연금 강화와 퇴직연금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책임감 있게 투쟁해나갈 것이다.

2018.12.15.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