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도 행복하게… 국민연금 공포에서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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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오마이뉴스 소셜코리아. 2022년 3월 16일. 기사원문보기

연금개혁과 관련해서 항상 쟁점이 되는 것이 소득대체율이다. 소득대체율은 추후 받게 되는 연금액이 생애 평균소득과 비례하여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을 뜻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어떤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국가별 소득수준이 다르기에 각국의 연금을 비교할 때는 상시노동자 평균소득(AW, 국민연금 평균소득월액보다 높음)을 기준으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51.8%이고 우리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31.2%이다. OECD 평균 대비 6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면 소득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즉 보험료율은 어느 수준일까? OECD 평균 보험료율은 18.2%지만 우리는 9%로 절반에 그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도 적게 받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의 필요성

실제로 국민연금 수급액은 충분하지 않다. 2021년 8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급여액은 46만 원(특례, 분할연금 포함)으로 공공부조 생계급여액인 54만 원(2021년 1인 가구 기준)보다 적다. 이마저도 소득대체율 70%, 60% 기간에 가입했던 수급자가 포함된 수치다. 소득대체율은 매년 0.5%씩 떨어지고 있어 소득대체율 인상이 없으면 앞으로도 저연금 문제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 국민연금 금액별 수급자 수 ⓒ 오종헌

위 그래프를 보면 2021년 8월 기준 전체 562만 명의 연금수급자 중 60%가 월 40만 원 미만, 80%가 월 60만 원 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다. 드물게 보이는 월 130만 원 이상의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소득대체율 70%, 60% 시기에 가입한 경우다.

소득대체율이 50~40%대로 내려간 시기의 가입자는 오래 가입하더라도 국민연금만으로 월 100만 원을 받기가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다수의 국민은 앞으로도 평균 약 50만 원 수준의 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평균적인 가입자가 국민연금 급여를 통해 최저생활 수준 이상을 확보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국민연금으로 일정 부분 노후소득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며, 평균 가입기간만큼 가입하면 적어도 공공부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올해 43%까지 하락한 명목 소득대체율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도록 검토해야 한다.

정의당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유

최근까지 이런 방침에 함께하던 정의당이 갑자기 달라졌다. 지난 대선 기간 “90년대생이 묻다, 우리 연금 받을 수 있나요?”라는 공약 발표식 및 간담회 자리에서 심상정 대선 후보는 명목 소득대체율 상향 없이 보험료 인상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 근저에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등 급여-보험료 간 수지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국민연금 기금소진시 독일처럼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것을 지양하고, 국가 재정은 기초연금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연금개혁 공약에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약속이 없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국민연금 지급보장의 내용은 단순히 법에 “지급을 보장한다”라는 추상적 수준의 문구를 넣자는 것이다. 받을 수 있다는 법적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보험료를 더 내라는 요구에 순순히 동의할 리 만무하다.


▲ 국민연금 재정수지 전망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는 물론 중요한 정책 목표다. 다만 국민연금을 민간보험과 같은 보험수리적 수지균형론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 제도이기에 국가와 운명을 함께한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구조 악화에 대응하여 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도적 선택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연금개혁 국면에서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는 적정 소득대체율을 전제로 역사상 최초로 보험료 인상에 동의한 바 있다. 그동안 많은 언론과 인사들이 자극적인 기금 소진 기사와 발언으로 국민들을 협박하다시피 했으나 24년 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적이 없었다.

공적연금은 공포가 아니라 신뢰 속에서 성장한다.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가운데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논의에는 연금개혁 의사결정 구조도 포함해야 한다.

참고로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결정은 다른 사회보험처럼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65.9%로 나타났고, 현행대로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23.3%에 불과했다.

▲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적게 내고 적게 받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없으면 앞으로도 저연금 문제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셔터스톡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지만 보험료 인상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보험료를 올리면 자연스레 세대 내, 세대 간 소득재분배가 개선된다. 하지만 적정 소득대체율 설정 없는 대폭적 보험료 인상은 오히려 모든 계층을 고부담 상태로 만들게 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7%로 8%P 올리면 1985년생 이후 수급자는 모든 계층이 고부담 상태가 된다.

보험료를 올리면 인상 결정 이후 가입기간에 대해서만 부담이 늘어난다. 소급 인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은 이미 완성된 기여-급여 불균형에는 대응할 수 없다. 물론 기금운용 수익이 일부 이에 대응할 수 있다. 기금운용 수익은 2017년 당시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약 141조 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배에 가까운 277조 원이나 됐다.

하지만 변동성이 있는 기금운용 수익으로 이미 완성된 모든 기여-급여 불균형을 다 해소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 관리운영비 국고 지원, 크레디트 사전 지원 등 현세대 재정투입도 병행해야 한다. 건강보험도 현재 보험료만으로 제도 내 수지균형을 맞추지 않고 14.3%의 국고를 지원받고 있다.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보험료를 급격하게 인상하면 오히려 저소득 지역가입자,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가입·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하고, 보험료 지원 등 제도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 상황에 놓인 분들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비정규직 가입률에 대한 오해

이미 국민연금은 중추적인 노후소득 보장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와 역진성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88.8%인 데 비해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8.4%에 불과하다”라는 주장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다.

이 수치엔 애초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닌 고령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수치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로 파악됐는데 조사대상이 만 15세 이상이다. 예컨대 비정규직이면서 고령자인 경우엔 애초에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아닌데도 미가입자 61.6%에 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실제 고령자 중엔 비정규직 비중이 높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지역가입이라는 제도가 있어 자영업자뿐 아니라 사용자를 찾기 어려운 분들도 지역가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가입자까지 포함한 2021년 기준 가입 연령대(18~59세)의 정규직 가입률은 96.1%이고 비정규직 가입률은 69.7%이다. 비정규직도 10명 중 7명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정규직 고소득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전 국민의 일정 노후소득을 채워주는 보편적인 제도로 보는 것이 맞다. 국민연금이 안정적 노동자만을 위한 차별적 제도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불안정 노동자도 국민연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테면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로 부당해고에 노출되고 수당, 휴가, 괴롭힘 방지 규정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이 안정적 노동자만을 위한 차별적 제도이기 때문에 축소해야 하는가? 오히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상 기본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런 논리는 국민연금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신기루에 기댈 수 없는 노후

지난 대선 기간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중하위 계층에게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상위 계층에게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보장하는 다층 연금체계를 내걸었다. 국민연금의 역할이 축소될 경우 상층은 퇴직연금, 하층은 기초연금에 의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단순히 국민연금의 제도 내 재정수지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대체해서도 안 되고 대체할 수도 없다.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내에서 국민연금은 빈곤예방의 중심적 기능을 하면서, 전 국민의 노후소득을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


▲ 인구 수 및 노인 부양비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사실 노인부양비 악화는 모든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 재정 부담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기초연금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기여로 수급권을 형성하는 사회보험의 특성상 가입자가 먼저 보험료를 부담하고 기금을 운용하여 재정을 사전에 형성한다. 반면 기초연금은 무기여 연금이기에 전적으로 수급시기 후세대의 재정부담이 된다.

미리 그 재원이 확보되리라는 확신 속에서 기초연금을 포함한 다층 연금체계를 구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기초연금은 제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고령화에 따라 북유럽 국가들도 보편적 기초연금에서 노인빈곤선을 설정하여 재정을 지원하는 최저보장연금 등으로 제도를 개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을 축소하려는 입장에서는 기초연금만으로 노후소득 보장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퇴직연금의 강화도 주장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완재일 뿐 대체제가 될 수는 없다.

퇴직연금은 노동시장의 고용구조에 더욱 종속적인 제도로 노후 소득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게다가 주기적 위기를 겪는 금융시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급여의 변동성 및 손실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금화의 길도 요원하다. 주로 일시금(98.6%)으로 수령해서 주된 사업장의 퇴직 시점과 국민연금 수급 시기 사이의 생활 비용으로 대부분 사용한다. 신기루와 같은 퇴직연금에 전 국민의 노후를 걸 수는 없다.

기초연금만으론 빈곤 대응 한계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적 합의로서 만 65세 이상 노인 중 70%라는 지급 대상을 정하고 기초연금을 주는 나라는 없다. 기계적으로 70%를 맞추다 보니 선정기준액이 점점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월 소득기준액이 2008년 단독가구 40만 원, 부부가구 64만 원에서 2022년 단독가구 180만 원, 부부가구 288만 원으로 4.5배 증가했다. 예전과 달리 자산, 소득, 연금이 준비된 베이비부머들이 기초연금 수급대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도입과 증액으로 국민연금 무연금, 저연금 노인의 빈곤이 상당 부분 경감되었다. 하지만 은퇴연령 인구를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65~75세 빈곤율은 2011년 43.5%에서 2019년 33.7%로 낮아지고 있으나 76세 이상의 빈곤율은 2011년 55.3%에서 2019년 55.6%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는 기초연금 역시 단독으로 모든 노인빈곤을 다 해소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만일 국민연금이 없다면, 빈곤 노인에 대해서 정부가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으로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으면 공공부조와 기초연금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 셔터스톡

정공법으로 생계급여의 지급 대상 및 수준 확대, 노인 보충소득 도입 검토 등 빈곤해소를 위한 추가적인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그들만의 노인 빈곤선을 정하고 그 일정선 이하의 노인에게 재정을 지원하여 채워주는 방식으로 노인 빈곤에 대응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진다면 노인 빈곤 대응의 ‘효율성’이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수 노인이 국민연금으로 적절한 수준에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재분배를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도 내 수지균형 틀을 넘어서자

박선민 보좌관은 앞의 글에서 명목소득대체율 인상 틀을 넘어서자고 했다. 필자는 오히려 국민연금 제도 내 수지균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체 복지체계 내에서 생애주기 소득재분배 관점이라는 넓은 시각으로 국민연금을 바라봤으면 한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로 노인의 수는 많아지고 부양비는 높아질 것이다. 만일 국민연금이 없다면, 빈곤 노인에 대해서 정부가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가 입장에서는 공공부조, 기초연금, 국민연금은 다 한 주머니다. 국민연금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으면 공공부조와 기초연금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으로 사전에 노후준비가 충분히 된 노인이 많을수록 오히려 후세대의 전체 부담은 경감될 수 있다.

제도 내 수지균형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약화시키면 더 불공평하고 불안정한 사적 연금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은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후세대에 깨끗한 회계 장부를 물려주기보다는, 지출 부담 능력을 가진 튼튼한 경제를 물려줘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대해 전면적, 공세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국민연금 기금도 주거, 보육, 요양, 에너지 전환 등 사회 공공 인프라 영역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후세대에 물려줘야 한다. 그래야 연금제도를 포함한 모든 복지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