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정부는 민간 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 논의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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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독립된 권한인 주주총회 의결권을 민간 위탁운용사에게 전권을 넘겨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오늘(24일) 국민연금 위탁운용 방식을 현행 투자 일임에서 펀드 출자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 실무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후 실무평가위원회, 기금운용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권한을 무력하게 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연금행동은 국민연금이 민간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위임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보도된 내용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민간에 위임하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상장사들의 체질을 개선하는 등 효율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오히려 어물전 장수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도 모자라 어물전을 고양이들의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의결권을 민간 위탁운용사에 위임한다는 것은 정부가 민간 위탁운용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번 안건이 시행될 경우 ‘국민연금’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 막대한 눈 먼 돈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쓰이기보다 자산운용사들이 재벌과 자본시장에 갖다바쳐 그들만의 ‘돈 복사’에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연금이 자동거수기 노릇을 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사태에 대한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인데, 위탁운용사가 국민연금의 감시에서 벗어나면 과연 재벌과 자본시장의 눈치를 보겠는가, 국민의 눈치를 보겠는가? 오히려 제2, 제3의 불법합병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이유로 이미 이렇게 위탁운용사에게 의결권을 위임하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 보수정부에서 강하게 밀었던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을 왜 민주정부에서 적극적인지 그 의도가 매우 의심되는 바이다. 복지부는 관련 내용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는 정도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그랬듯 언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표결을 강행해 안건을 기습 상정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미 과거 많은 행동에서 복지부는 가입자들의 신뢰를 잃을 행동을 하여 왔기에 더욱 그렇다. 심지어 현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결원된 위원들조차 복지부 독단으로 위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국민연금 고유 권한인 의결권을 자본시장에 위임하면서 일본 GPIF의 민간 위탁 운용을 예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각 자산운용사들의 수탁자 책임활동 관련 규정이 명확하고 엄격하며, 상시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많이 다르다. 현재도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만큼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하고 있다거나 ESG 원칙에 맞게 운용할 역량이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으며,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민간 위탁운용사에 넘기고 관련 활동 및 실적 등을 평가하면 수탁자 책임활동이 강화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범주가 다른 내용을 같은 것으로 억지로 짜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모두 재벌들의 지주계열 금융사로 있다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금은 의결권의 위임을 논할 때가 아니다. 본래 말하던 자본시장의 수탁자 책임 원칙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강화 방안이 먼저 고민되어야 할 때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강화를 이유로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완전하게 바뀐 구실일 뿐이다.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강화를 수단으로 삼지 말라. 진정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정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해야할 일은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정부가 쉴 새 없이 무력화하고 파괴한 국민연금 거버넌스를 다시 가입자인 국민을 위해 작동하게끔, 연금 국민주권을 회복하도록 힘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무력화하는 민간 위탁운용사 의결권 위임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에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를 앉히도록 만든 현재의 규정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둘로 쪼개졌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당연직 정부위원을 슬쩍 한 명 추가한 것을 재검토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정부의 소유물도, 재벌과 자본시장의 소유물도 아니며  가입자인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연금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2026년 2월 24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