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이 연금개혁을 위한 여야합의를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5월 26일, 여당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연금개혁특위 여당 간사 유경준 의원을 대동하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 의원과 유 의원은 현재 청년과 미래세대 등 국민적 합의도 부족하고 여야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섣불리 모수개혁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했다. 또한, 모수개혁은 구조개혁과 함께 해야 하는데 21대 국회의 연금개혁특위에서는 구조개혁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또 민주당이 구조개혁 논의를 회피해왔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자와 연금특위 여당 간사라는 자가 어떻게 이렇게 명백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21대 국회에서 3번에 걸쳐 운영된 국회연금특위에서 1기는 모수개혁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고 2기 연금특위는 구조개혁을 논의하기로 하여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구조개혁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국회연금특위의 여당 간사라는 자가 2기 민간자문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보고서를 받아놓고는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2기 국회연금특위가 종료될 때 시민사회단체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은 이런 요구를 물리치고 공론화를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 공론화에서 다룰 의제를 국회연금특위가 정했고 여기에는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퇴직연금제도 개선방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개선방안 등의 구조개혁이 포함되었다. 또한, 청년과 미래세대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여 세대간 형평성 개선방안을 의제에 포함시켰다. 공론화 과정에서 지금 여당이 말하는 의제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거짓말을 해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공론화 의제에 포함된 것들 중 구조개혁에 관한 의제로 가장 대표적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와 관련하여 시민대표단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즉, 기초연금의 수급범위를 축소하고 차등급여로 하위소득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안에 대해 45.7%의 지지를 보낸 반면 현행 국민연금의 급여구조와 기초연금의 수급범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급여수준을 강화하자는 현행유지안에는 52.3%의 지지를 보냈다. 현행유지안을 더 지지한 것이다. 국회연금특위의 여당 간사라는 자가 공론화에서 나온 결과도 모르면 되겠는가?
또 부가질문으로 물어본 퇴직연금제도 개편방안과 관련해서도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화 방안을 46.4%가 찬성하여 가장 높은 지지를 보였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과 관련해서도 시민대표단은 정부와 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에 68.3%, 국민연금 보험료율 조정에 맞추어 직역연금 보험료 조정에 69.5%,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현행과 같은 분리 운영 및 직역연금의 연금액 동결에 63.3%의 지지를 보냈다. 집권여당이 주도하여 추진한 공론화에서 이런 방안들에 대한 학습과 숙의를 거쳐 시민대표단이 결정을 내렸는데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국회연금특위의 여당 간사가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공론화에 포함시킨 세대간 형평성 제고방안에 있어서도 시민대표단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사전적 국고투입을 통한 미래세대 부담완화에 80.5%가 찬성했고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에는 92.1%가 찬성했다. 이렇게 80%가 넘는 찬성율이 나왔다는 것은 세대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시민대표단 참여자들이 찬성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공론화에 참여한 20대는 모수개혁에서도 소득보장론을 더 지지하여 청년들의 의사를 이미 표명했다는 점이다.
물론 당초 세대간 형평성 개선방안으로 국회연금개혁특위가 포함시키기를 원했던 자동안정장치와 확정기여식 신연금이 최종적으로 공론화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론화의 과정 중 하나인 의제숙의단의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상에서 탈락되었다. 특히 신연금은 그것을 주장한 KDI의 연구자가 직접 의제숙의단에게 그 방안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그렇게 하고 난 다음 찬성표를 모집했지만 신연금은 의제숙의단 참여자들로부터 찬성표를 단 2표밖에 얻지 못했다. 의제숙의단에 참여한 청년들 중에서도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론화에 포함시킬 대안에서 제외되어버렸다. 자동안정장치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대안에서 제외되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공론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민대표단의 논의 대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의제숙의단을 거쳐 대안에서 탈락된 것 자체도 공론화의 전체 과정 중의 하나이다. 공론화를 추진한 주체는 누구도 아닌 바로 집권여당과 정부였다. 그리고 여당과 정부는 공론화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한 초심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렇게 공론화 전체 과정을 진행하여 구조개혁에 관한 논의가 시민대표단에 의해 이루어졌고 또 청년과 미래세대의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도 진행되었다. 그 결과 구조개혁에 관한 의견과 청년 및 미래세대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학습과 숙의를 거쳐 충분히 이루어졌다. 이렇게 공론화까지 거쳐서 결론이 내려졌는데 또 다시 어떤 구조개혁을 논의한다는 것이며 청년과 미래세대의 어떤 의견을 모은다는 것인가? 방안도 없으면서 구조개혁 운운하는 것은 기만이요 개혁을 방해하는 反개혁행태일 뿐이다.
추 원내대표는 여당의 모수개혁 관련하여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의 인상 스케쥴과 같은 부대조건이 합의가 안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 제시된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의 두 안은 그 자체 내에 인상스케쥴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실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국회가 논의를 위해 필요하면 그것을 기준으로 미세조정만 하면 된다. 인상스케쥴이 마치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양 풍기면서 그것이 같이 논의되어야 모수개혁이 의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하다.
자기들이 하자고 해서 추진한 공론화에서 자기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해서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의 대안들이 다 들어가서 공론화를 했고 거기서 시민대표단이 내린 결론이 다 있는데 이제 와서 구조개혁 논의가 안되었다는 거짓말을 백주대낮에 버젓이 하는 것이 과연 집권여당이 할 일인가?
더 이상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라. 공론화 결과를 존중하는 연금개혁에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나서기를 촉구한다.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말라.
2024년 5월 27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www.pensionforall.kr)